받는 기쁨은 행복감을 높여주지만 주는 기쁨도 그게 못지않은 심리적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하는데요. 주는 기쁨은 심지어 받는 기쁨보다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고 밝혀졌습니다. 미국 시카고 대학 에드 오브라이언 교수는 받는 행복감의 경우 반복될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주는 기쁨은 횟수를 거듭하더라도 크게 줄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도에 발표했습니다.
기부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
오브라이언 교수에 의하면 기부자의 행복감이 지속되는 요인으로 사회적인 연대감이 강화되면서 자신의 사회적 평판이 좋아지는 것을 뽑았는데요. 이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엘리자베스 던 교수팀은 익명의 부부가 기부한 2억 원으로 그들이 받은 행복 효과를 산술적으로 측정한 결과, 기부하면서 얻는 행복감은 사회 전체의 총 행복량을 높여주며 특히나 저소득 그룹에서 더 강력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했습니다.
기부의 행복 효과 실험
기부의 행복 효과를 수치로 정량화한 이번 실험은 부부가 테드 설립자 크리스 앤더슨에게 기부 방법에 대한 자문을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요. 부부는 단순히 기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실험을 통해 기부하는 방식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행복감을 야기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기를 원했습니다. 크리스 앤더슨을 통해 이 부부의 제안을 의뢰받은 던 교수팀은 2020년 12월 트위터를 통해서 이러한 행복감 실험에 참여할 참가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연구진은 우선 그룹을 저소득가구 소득으로 나누고 기부받은 200만 달러를 실험 참가자 200명에게 각각 1만 달러씩 지급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3개월 내에 이 돈을 다 소비해야 했고, 연구진은 이들에게 행복감의 변화를 숫자로 환산해서 점수를 매겨 6개월간 기록하도록 하였습니다. 비교를 위해서 돈을 받지 않은 사람 100명도 실험에 참여시켜서 같은 기간 행복감의 변화를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실험에서 확인한 결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돈을 받은 사람이 돈을 받은 사람보다 행복감이 커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구진은 돈을 받은 실험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행복감을 보였다고 합니다. 돈을 쓰는 3개월의 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행복하게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을 유지했는데요. 돈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실험기간 중에 행복감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2.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일수록 기부금을 받았을 때 행복감에 더 크다
저소득가구 그룹의 참가자들이 1만 달러를 받았을 때, 고소득 국가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행복감이 약 3배 이상 더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연간 소득이 1만 달러인 사람의 행복감의 증가폭이 연간 소득 10만 달러인 사람보다 두 배 정도 행복감이 컸던 반면에 소득이 12만 3천 달러 이상을 가진 사람의 경우, 행복감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즉, 소득이 높아질수록 행복감에 증가하다가 일정한 소득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더 이상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많은 것을 시사하는데요. 전 세계인의 대다수 인구가 연간 소득이 12만 3천 달러, 즉 우리 돈으로 1억 5천만 원을 벌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1만 달러를 받은 전 세계 대다수의 인구는 행복감을 느끼는 셈이고, 기부자의 입장에서 세계 대다수 인구에게 행복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기부는 사회 전체 총 행복량을 늘린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금을 받은 사람의 삶의 만족도는 한 사람당 평균 0.36점씩 총 72점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순자산이 줄어든 기부자의 삶의 만족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일반적으로 자산이 감소하면 삶의 만족도는 하락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데요. 따라서 자산 자체만 놓고 보면 이 부부도 예외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연구진은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한 개인 순자산과 사회 만족도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조사 결과, 순자산이 200만 달러가 감소한 경우, 행복감은 최대 0.16점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기부자는 부부니까 부부의 행복감을 합치면 0.32점이 되는 거지요. 즉, 부부에게 200만 달러를 기부했을 때 0.32점만큼 행복감이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살펴봅시다. 결국 부부는 2백만 달러를 나눔으로써 행복감이 0.32점 줄어들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225배가 많은 72점의 행복량을 창출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처럼 기부는 자신에게 작은 것이지만 이를 사회에 내놓을 때 마치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듯이 가치가 커진다는 것인데요. 던 교수팀은 이를 행복의 ROI(투자수익률)라고 표현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 기부를 했을 때, 전 세계의 총 행복량을 수십 배 향상할 수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받는 기쁨과 주는 기쁨
기부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행복을 포기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받는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산술적으로 잡히지 않지만 기부하는 사람에게 또 다른 만족감과 행복감을 선물해주는데요. 위 실험에서 기부에 참여한 부부의 경우 0.32점의 행복감을 포기하고 수치에 잡히지는 않지만 그보다 훨씬 큰 행복감의 보람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느끼는 행복감은 기부자에게 돈을 받은 사람의 행복감보다도 오히려 더 지속성이 오래간다는 것인데요. 이처럼 기부는 사실 받는 사람도 행복하지만 주는 사람 또한 너무나 행복해지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연구결과와 행복의 메커니즘을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작은 기부라도 실천하여 전 세계의 행복량이 점차 늘어난다면 정말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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