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색의 어원과 시대에 따른 의미변화

흩날리는 벚꽃부터 분홍 드레스까지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색감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색이 핑크인데요. 핑크색은 빨간색 계열의 색으로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죠. 역사, 문명 등 다양한 맥락에 걸쳐서 아주 많은 의미로 해석되는 색 중의 하나인 핑크는 때로는 낭만, 아이, 신성함, 섹시함 그리고 여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핑크색의 어원과 시대에 따른 의미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핑크는 처음부터 핑크가 아니었다

핑크가 핑크색으로 지칭하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핑크가 핑크색이 된 것은 17세기 무렵에 와서야 가능했습니다. 17세기 이전에는 핑크색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핑크라는 명칭 대신 장미를 뜻하는 rose나 rosa로 칭했죠. 기원전 800년 전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도 이 표현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호메로스는 해가 지는 벽을 rosy 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핑크를 뜻하는 옛날로 고대문학 속에는 새벽을 지칭하는 단어로 rosy라는 단어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핑크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핑크라는 말의 어원는 원래 다른 의미였습니다. 핑크는 원래 pinks flower라는 꽃에서 따온 단어였죠. pinks flower의 꽃 잎사귀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생겼다 해서 이런 모양을 만드는 것을 핑크라고 불렀었습니다. 현재에서 지구색으로 무늬를 만드는 핑킹가위에서 어원을 알 수 있는데요 핑크는 사실상 동사의 의미로 무늬를 만든다는 표현으로 쓰이던 언어였지만 17세기 들어서면서부터 꽃의 색과 유사한 색을 지칭하는 의미를 더하게 됐습니다. 

중세시대의 핑크

중세에 이르기까지 핑크는 인기있던 색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밝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빨간색을 선호했었죠. 중세에 이르면서 아기 예수나 천사의 옷의 신성성을 표현하는 그림들에서 핑크색이 표현되기 시작하고 패션과 예술작품에 활용되면서 결혼과 연대를 상징하는 의미로 핑크색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16세기에 들어서면 사람의 얼굴이나 손에 핑크색을 섞는 시도들이 나타났는데요. 이 시기에 핑크색은 빨간색과 흰색 사이에는 가벼운 주황색을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18세기, 퐁파두르와 핑크

핑크가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8세기인데요. 18세기에는 파스텔톤의 색이 유럽 전역에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에는 작품과 패션 곳곳에서 이런 파스텔톤의 색상들이 자주 활용되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황제 루이 15세의 연인인 미담 드 퐁파두르는 특히나 파스텔톤의 핑크에 매료됐었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의상에 주로 연한 파란색과 핑크색을 사용했었는데요. 퐁파두르에게 후원을 받고 있던 도자기 회사에서 퐁파두르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새로운 색감을 핑크를 계속해서 개발해서 갖가지 집기를 선물하게 되었고, 이 덕분에 핑크색의 세부적인 표현이 가능해지기 시작합니다. 즉 18세기에서부터 귀족들 사이에서 핑크색은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색으로 자리 잡으며 사랑받게 되는데요. 귀족을 그리는 화가들 사이에서 일상 속에 핑크색을 그리는 건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때 당시만 하더라도 핑크색은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20세기초, 여성성으로서의 핑크

하지만 20세기 초 프랑스 최고의 여성복 디자이너 폴 프와레가 핑크색 콜렉션을 선보이는데요. 이를 계기로 고급 여성복을 중심으로 핑크색이 유행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패션계에서는 'pink for girls, blue for boys'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당대 산업계의 변혁을 꾀하던 미국의 마케터들은 컬러의 성별 구분을 넣는 것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인형이나 패션 제품 곳곳에서 핑크색의 의미를 더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마케팅과 광고를 통해 핑크에는 여성성의 의미가 어린아이들을 위한 색상이라는 의미가 더해지게 되었죠.

 

개성을 표현하는 색, 핑크

하지만 1960~70년대 핑크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는데요.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앤디 워홀 같은 셀럽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핑크색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핑크는 대중문화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개성을 표현하는 색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핑크색은 각 개인과 집단을 대표하는 의미로 사용되며 여성과 아이를 상징하는 의미를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현대의 핑크

때로는 부드러움은 때로는 혁신과 변화를 상징하는 색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레트로 열풍과 함께 힙함을 드러내는 중요한 키 컬러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재정의되고 있는 핑크는 가장 다양한 의미를 가진 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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