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동영상을 보다 보면 수많은 리액션 영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유튜버의 반응을 찍은 영상들,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맛을 음미하는 먹방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 등 유튜버 본인의 리액션만을 담은 영상이 넘쳐납니다. 왜 사람들은 본인이 그 영화를 시청하는 것도 아니고, 혹은 음식을 직접 먹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리액션 영상을 찾아서 보는 것일까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리액션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리액션 영상을 보는 사람
오늘은 공포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리액션 영상을 찾아봅니다. 참 이상하게도 내가 그 공포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나는 그 공포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다만,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튜버의 표정과 반응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공포게임의 무서운 순간에 다다를 때마다 움찔거리고 놀라는 표정이 너무도 재밌습니다. 그들이 무서워하는 그 반응에서 나는 이상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나는 이상한 사람일까요? 그러나 이런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수많은 리액션 영상의 수백만, 심지어 수억을 육박하는 조회수가 그것을 말해주지요. 이처럼 다른 사람이 경험했던 것을 마치 우리가 경험한 것처럼 느끼고 좋아하는 우리의 두뇌 시스템을 '거울 뉴런'이라고 합니다.
2. 거울 뉴런
1990년대에 이탈리아의 어떤 연구원에서는 원숭이가 자신의 먹이로 손을 뻗을 때 특정한 뉴런이 켜진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재밌는 것은 이 원숭이가 음식에 손을 뻗는 인간을 볼 때도 똑같은 뉴런이 켜진다는 것입니다. 이게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에 거울 뉴런에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았다는 연구도 있지만 이것이 정확하게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행동을 할 때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거울 뉴런이 인간에게 존재하고 그것이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불안해할 때 우리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있습니다.
USC의 신경과학의 권위자인 Lisa Aziz-Zadeh 박사는 이런 거울 뉴런이 사람들이 리액션 영상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박사는 "거울 뉴런은 당신이 컵을 들 때도 활성화되지만 다른 사람이 컵을 들 때도 똑같이 활성화됩니다"라고 말합니다. 리액션 영상을 보면서 타인의 감정에 자신을 이입해서 공감하는 이유가 자신과 타인을 동일한 신경구조에 배치함으로써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San Francisco VA Medical Center의 임상 심리학자 Andrea Weinstein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갈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무언가에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볼 때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해소 욕구 또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3. 공감대
우리 주변에는 표정에 너무 무표정하고 뭘 해도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친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친구의 표정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왠지 어색하고 가까이 다가가기가 힘듭니다. 내가 한 행동이 그 친구가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짐작하기가 힘드니 조심스러워지고 어렵습니다. 이런 친구들과는 사회적으로 유대 감정을 서로 가지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리액션 영상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느낀 명확한 감정을 표현하고 느껴주면, '아, 저 사람도 나처럼 그렇게 느끼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나는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대화도 나눈 적 없는 그 친구에게 유대감을 느끼고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이런 공감적 감정이 우리가 리액션 영상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당신은 나와 같습니다." 이런 공감적 감정이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으로 우리에게 오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4. 끝맺으면서
오늘날 현대 사회는 과거 농업사회에서처럼 서로 굳이 어울려서 일하지도 않은 회사 환경도 많아졌고, 단체 생활을 강요하지도 않는 개인주의의 사회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와 아주 친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서로의 감정을 느끼는 일이 쉽지도 않으며 과거와 달리 매우 피곤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는 성향에 따라서 서로 편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고립되고 외로워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잘 알지도 못하지만 누군가가 내가 좋아했던 것을 마치 나처럼 좋아해 주고 즐기는 영상을 보면서 친근감을 느끼고 유대감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각자 고립된 외로움을 달래는 하나의 방법이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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